"3cm 헌터"는 제이로빈 작가의 현대 판타지 소설로, 평범했던 일상이 '축소'라는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생존 게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 아포칼립스 생존물입니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헌터물과 달리 주인공과 인류가 개미보다 작은 크기로 줄어든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익숙했던 집, 마트, 도로가 거대한 던전이 되고, 흔히 보던 쥐나 고양이가 재앙급 몬스터로 돌변하는 공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 이 현상의 배후에 숨겨진 거대한 세계관과 음모를 파헤치는 SF적 요소까지 결합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줄거리 요약
1. 갑작스러운 재난, 3cm가 된 인류 주인공 강백현은 2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그 사고의 후유증으로 대인기피증과 조현증 증세를 앓는 여동생 강미나를 돌보며 살아가는 20살 청년입니다. 어느 날, 동생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러 대형 마트에 갔던 백현은 기이한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게 됩니다.
눈을 떴을 때, 세상은 변해 있었습니다. 마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3cm 크기로 줄어들어버린 것입니다. 거대해진 카트, 산처럼 쌓인 상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을 습격하는 쥐와 바퀴벌레, 사마귀 같은 곤충들은 인류를 최하위 포식자로 전락시킵니다. 백현은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아 집에 있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시작합니다.
2. 각성, 그리고 '왕자'와 '공주' 작아진 사람들에게는 게임처럼 상태창이 부여되고 각자 고유한 능력을 각성하게 됩니다. 백현은 '왕자(Prince)'라는 특이한 직업과 함께 [보호막] 생성 능력, 그리고 주변의 생명체와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미니맵] 권능을 얻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해 만난 여동생 미나는 '공주(Princess)'라는 직업과 타인의 마음을 읽고 조작할 수 있는 [마인드 리딩]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미나가 습작으로 쓰던 소설 『작은 세상의 공주님이 살아남는 방법』의 설정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남매는 "공주가 죽으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룰을 깨닫고, 서로를 지키며 생존해 나갑니다.
3. 페이즈(Phase) 시스템과 생존 게임 이 재난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관리자들(AI 찰스, 율리만 등)에 의해 *페이즈(Phase)'라는 스테이지 형식으로 진행되는 생존 실험이었습니다.
- 페이즈 1 (마트 & 도심): 쥐, 고양이, 그리고 자율주행 청소로봇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백현은 신체 강화 능력을 지닌 전직 복서 김만철, 강력한 염력을 지닌 소꿉친구 김아람, 거대화 능력을 지닌 경비원 최형우, 치유 능력을 지닌 아이 박윤수 등 다양한 동료들을 만나 팀을 꾸립니다.
- 페이즈 2 (설악산 등반): 제한 시간 내에 산 정상에 생성된 '빛의 기둥'까지 도달해야 하는 타임 어택 미션입니다.
- 엑스트라 페이즈 (심리전): 살아남은 생존자들끼리 서로를 의심하고 투표하여 탈락시키는 마피아 게임 형식이 도입되며, 인간 군상의 추악함과 갈등을 다룹니다.
- 페이즈 3 (개미굴): 거대해진 개미굴에 침투하여 여왕개미를 사냥해야 하는 극한의 미션이 주어집니다.
4. 드러나는 진실, 거인들의 세계 생존 게임을 거듭하며 백현 일행은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합니다. 사실 이들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 미래(혹은 다른 차원)의 '거인들의 세계'로 소환된 것이었습니다.
이 세계는 *율리만'이라는 생체 기반 AI가 관리하는 '노아의 방주'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거인들은 멸망해가는 바깥세상(초거인과 괴수들이 지배하는 곳)으로부터 종을 보존하기 위해 갇혀 살고 있었으며, 백현 일행과 같은 과거의 인류를 소환해 '펫(Pet)'이나 실험체로 부리며 유전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5. 최후의 결전과 새로운 시작 백현과 미나, 그리고 동료들은 자신들을 장기말처럼 이용한 율리만과 시스템에 저항하기로 결심합니다. 미나는 자신의 마인드 리딩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율리만의 기억과 동기화하고, 이 모든 실험이 거인병(유전자 오염)을 치료하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율리만 박사(미나의 전생 혹은 평행 존재)의 안배였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백현 일행은 시스템의 중추인 모선 '제로시우스'에 도달하여, 폭주하는 AI '뉴런'과 최후의 전투를 벌입니다. 동료들의 희생과 각성 끝에 승리를 거두지만,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구 전체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백현은 과거를 수정하여 현재를 없애는 대신, 오염이 정화된 미래의 지구에서 생존자들과 함께 새로운 문명을 재건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3cm의 작은 몸에서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온 그들은, 비록 폐허가 되었지만 희망이 남은 지구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감상 및 분석
1. '크기'가 주는 압도적인 공포와 재미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일상의 공간이 던전으로 변모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5cm 문턱이 그들에게는 2.5m의 절벽이 되고, 귀여운 강아지가 킹콩 같은 괴수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스케일의 변화를 통해 독자에게 색다른 긴장감을 부여하며, 3cm라는 제약을 '슈트'와 '능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2. 입체적인 캐릭터와 동료애 주인공 강백현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먼치킨이 아닙니다. [보호막]과 [미니맵]이라는 서포터형 능력을 가지고, 지략과 리더십으로 팀을 이끄는 지휘관형 주인공입니다.
- 강미나: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지만, 마인드 리딩을 통해 적의 약점을 파악하고 후반부 세계관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됩니다.
- 김만철 & 김아람: 각각 근접 탱커와 원거리 딜러 역할을 수행하며, 백현의 부족한 무력을 완벽하게 보완합니다. 특히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이들의 관계성은 소설의 백미입니다.
3.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세계관 초반부는 전형적인 아포칼립스 생존물처럼 보이지만, 중반부 이후 '거인 문명'과 '노아의 방주', '생체 AI' 등의 설정이 드러나며 SF 스페이스 오페라로 장르가 확장됩니다. 우리가 작아진 것이 아니라 거인들의 세계에 온 것이라는 반전, 그리고 펫으로 취급받는 인류의 모습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4. 아쉬운 점 방대한 세계관을 다루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급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율리만'과 '뉴런'의 관계, 평행우주 이론 등 복잡한 설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들이 다수 사망하거나 리타이어하는 전개는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총평 "3cm 헌터"는 익숙한 헌터물 클리셰를 '소인국'이라는 소재로 비틀어 신선함을 확보한 수작입니다. 치밀한 생존 묘사와 거대한 스케일의 세계관 확장이 매끄럽게 이어지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색다른 현대 판타지나 생존물을 찾고 계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댓글